주말에도 태풍복구작업때문에 출근을 했다. 우린 이번 태풍에서 가장 피해를 많이 입었던 곳을 맡게 되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내렸던 비는 성인남자 허리춤까지 물에 잠길정도였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은 모를 낮은지대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의 고충. 낮은 집들은 그것대로 문제가 있었고, 지하가 있는 곳의 피해는 더욱 심했다. 우리가 투입된곳은 모텔. 그 모텔은 지하를 창고로 쓰고 있었는데, 그 지하로 모든 물들은 흘러 들어갔고, 정화조는 넘쳤고, 보일러통에 있던 기름까지 넘쳤다. 

코를 찌르는 악취와 기름냄새덕에 머리가 지끈거릴지경인데다. 모텔 규모도 작은편이라 통로가 너무 좁았다. 지하에서 물을 퍼내고 그곳에 쌓여있던 물건들을 빼내기 시작했다. 이건대체 뭔가 싶을정도로 끊임없이 이상한 물건들이 나왔다. 고장난 아주아주 구식 에어컨, 목이 없는 선풍기, 이상한 고철, 우산, 물을 잔뜩먹은 두루마리 휴지, 물먹은 다방이름이 가득적힌 각티슈, 물먹은 이불, 고장난 세탁기까지....... 그 작은 지하에서 나오는것들이 무려 그 아파트에 큰 쓰레기통(?) 세개를 가득 채웠다. 

우리는 무슨 지하에 이런것들이 들어가 있냐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고물을 주워 나르는걸 좋아하셔서 거기에 다 담아 두셨다고. 하루에 그 모텔에 반나절을 투자했다. 

그리고 그 근천의 가정집들. 힘들게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 집은 담벼락이 다 무너져 있었고, 우리가 볼땐 다 버려야 할것같은 것들이 가득한데 할머니는 하나도 버리지 못하게 하셨다. 고장나서 버려야 한다. 지금 아님 나중에 스티커 부착해서 버릴려면 돈이 들어간다라며 설득하는 우리와 말리면 다 쓸수 있다고 고집하시는 할머니. 푹 잠겨버린 구식 TV가 말린다고 나올까요.어르신. 하나라도 아까운 그 마음 모르는거 아니지만 그것보다도 다 젖어 버린 벽지며 장판을 그냥 두고 쓰시겠다는건 할머니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수 있어서 뺏어요. 두루마리 화장지 오물가득한 물에 다 젖었는데 말려서 쓰시겠다하면 ... 그건 안되는데 ㅠㅠ 안타깝고 슬프고...

또 이런일도 있었다. 젊은 아주머니였는데 우리를 보자마자 이때다 싶으셨던 모양이다. 젊은 아들들은 그늘에 앉혀 놓고 아까워 쉬게 하며 버릴물건과 안버려도 될 물건까지 분리해주시길 바라고, 젖지 않은 쓸만한 매트리스까지도 버릴려고 했다며 버리시고, 당신이 쓰고 있던 그릇 설거지 까지 바라셨던. 당신집이 잠겨 난리가 났는데 손하나 까닥 안하시고 지휘하시던 아주머니.

마지막엔  왜 빨래는 안해주고 가냐던 아주머니. 




우리는 물한잔 얻어 마시지 못하고 땡볕에서 일하고 고맙다는 소리 못듣고 당연하다는듯이 일을했다. 왜냐면 우린 당신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니 젊은 20대 아들은 대자리 씻겠다고 물이나 뿌리고 있고, 우리는 늙었든 젊었든 상관없이 땀흘려가며 장농 나르고 세탁기 나르고, 대충 던져놓은 당신이 버릴물건들 챙겨담아 버리고. 그러고도 이것만 해주고 간다고 좋은소리 안하시는. 뭐 세상인심이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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